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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성취 평가제’ 시행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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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28 00:00 조회1,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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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성취 평가제’ 시행 3년



2012년 도입한 중학교 ‘성취 평가제’가 시행 3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1~3학년 모두가 새 방식의 성적표를 받는다. 지나친 학업 경쟁을 줄이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성취평가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올해부터 중학교 1~3학년에 성취평가제가 전면 시행된다. 지난 2012학년도에 중학교에 입학한 1학년부터 시행되었던 성취평가제가 해당 학령의 학생들이 3학년에 올라가면서 전 학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성취평가제는 학생의 학업성취 정도를 교과목별로 평가해 그 수준을 구분하여 표시한다. 과거 상대평가 체제에서 과목별 석차를 매기던 방식과 구분된다. 이에 따라 매 학기말에 학생들이 받아드는 성적표에는 과목별 석차가 사라진다. 학업성취도 표기도 과거 ‘수-우-미-양-가’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인 ‘A-B-C-D-E’로 바뀌어 표기된다. 성적표에는 성취도 외에도 원점수(한 학기 동안 실시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점수를 각각의 반영비율을 고려해 합산한 점수를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와 과목평균, 표준편차(평균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점수가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 등의 정보가 기재된다.

 


성취평가제는 학생들 간에 경쟁이 지나쳐 학업 스트레스가 과도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처럼 1~2점 차이로 석차를 매기며 ‘누가 더 잘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과목별 성취기준을 학생 개인이 어느 수준까지 성취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과거의 ‘성적 줄 세우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안양의 ㄱ중학교 김정원(가명) 교사는 “시험을 치른 뒤 정답을 맞혔는지 틀렸는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성적표 받기를 꺼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한다. 서울 ㄴ중학교 한미영(가명) 교사는 “구체적인 과목별 석차가 기재될 때는 성적이 처지는 아이들의 경우 자존감마저 낮아졌는데, 석차가 없어지면서 이런 부담은 한결 줄었다”고 설명한다. 시험문제를 낼 때에도 변별력을 우선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예전에는 선행학습에 해당하는 어려운 문제나 풀기 어렵게 ‘꼰’ 문제를 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벗어난 문제 출제는 지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성취도는 낯설고, 석차가 익숙하니

 


성적표에서 등수가 사라지면서 눈에 보이는 ‘줄 세우기’는 완화되었지만, 석차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 ㄷ중학교 장재현(가명) 교사는 “중간·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이번에는 몇 등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어느 등급 안에 들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 정도 수준에 도달했구나’라고 이해하는 학생들도 없다”고 말한다. 경기 시흥의 ㄹ중학교 신미경(가명) 교사는 “기말고사 성적 환산이 끝나면 학교 안에서는 모든 교육활동이 멈춘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재미있는 활동들도 참여율이 확연히 떨어진다. 성적 반영 여부가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석차를 알려달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와 상담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석차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고 하고, 학부모들은 알려달라고 하니 교사들만 중간에서 곤혹스럽다. 성적표에 과목별 석차와 전체 석차 등을 연필로 적어주거나, 따로 성적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 ㅁ중학교 백두식(가명) 교사의 설명이다.

 


성적표에 기재된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이용하면 과목별 백분위 수치를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터넷에서는 이들 값을 입력하면 등수와 백분위를 구해주는 프로그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엑셀 프로그램의 통계함수만 활용해도 과목별 백분위 산출이 가능하다. 성적표에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을 병기하는 것은 학생들의 점수분포를 파악하고, 성적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석차와 백분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교 현장과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성적순에 따라 교과 우수상을 수여하는 제도도 여전하다. 경기 안양의 ㅂ중학교 황주연(가명) 교사는 “다른 학교에는 있는데 우리 학교만 없앤다면 학부모들의 불만도 터져나올 수 있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차와 성적에 대한 관심은 다름 아닌 고교 입시제도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석차 정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석차와 백분율을 알지 못하면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이 되는지 판단할 수 없는 탓이다. 서울의 ㅅ중학교 3학년 이효린(가명)양은 “자사고에 가고 싶은데 석차를 알아보려 해도 알 수가 없다”며 “애들에게 물어봐서 어림잡아 아는 수밖에 없지만, 알려주지 않는 애들도 있어서 정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 인문계고를 제외한 외고와 자사고, 특성화고 등 거의 모든 학교가 성적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석차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무책임한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는 교사들의 의견도 나온다. 한미영 교사는 “고교 입시에서는 동석차, 즉 같은 등급일 경우에는 원점수를 기준으로 가르기 때문에 성취도 A라고 해도 90점과 91점은 엄연히 달라지게 된다”며 “현행 고교 입시가 변하지 않는 한, 성취평가제 정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취평가제 시행에 따른 중학교 성적통지표 양식 변경



 


상대평가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우미양가’ 대신 ‘ABCDE’ 표시

 


학부모들 “등수 알려달라” 요구

성적순 따라 주는 우수상도 여전

고교 입시 있어 제도 정착 걸림돌

 


학습부진아 사후관리 대책 세우고

역량별 세부 성취도 따로 매겨야

 


학습 부진 끌어올릴 방안 마련해야

 


성취평가제는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지만,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까지 손에 꼽을 만한 게 없다. 성취에 대한 ‘평가’만 해놓고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사후 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성취수준 E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을 낮출 목적으로 시험문제를 쉽게 내거나, 기본점수를 높일 수 있는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기도 한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개별화 수업이나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계약직 강사들이 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미영 교사는 “학습부진 학생들은 정교사도 가르치기 쉽지 않은 만큼, 체계적으로 훈련된 전문교사가 책임감 있게 끌고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진우 대표는 “고등학교는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현재의 교육체계상 ‘변별’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해도, 중학교는 ‘국민 공통 기본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만큼 학생 모두가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절대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별을 목적으로 상하위권을 구분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학습이 부진한 아이는 ‘어차피’ 생기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완전하게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완전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의 ‘수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성취해야 할 목표는 높게 잡아놓고, 이에 도달하지 못하면 무조건 ‘낙오자’로 만드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 높여 주어야

 


학생들의 성취도를 정확히 평가할 방안들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교육부가 제시한 성취기준 안에서 지필고사 문제를 내야 하기에 문항 개발의 폭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 국어과목 ‘시 감상’의 경우, 지필고사 문제는 ‘주체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평가한 글을 읽고 독자의 관점과 평가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등의 교육부가 제시한 중학교 국어과목의 성취기준 안에서 출제해야 한다. 각 단원별 성취기준도 많아야 두세 가지 정도에 머물다 보니, 문항 출제의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객관식보다는 배점이 높은 서술형과 논술형 문제를 내 평가하는 것이 한 방법이지만, 신미경 교사는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성적에 예민한 학생과 학부모가 있는 여건에서 무조건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 방식을 확대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고 말한다.

 


김진우 대표는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공통기준도 정밀하게 마련해 주고,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안목과 전문성도 높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년에 1회씩 모든 교사들의 평가물을 샘플링해 전문가들이 검증하고 피드백까지 해주는 중국 아이비(IB) 국제학교를 예로 든다. 이런 장치를 통해 교사들 간의 주관적 판단의 편차를 줄이고, 평가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상적인 성취기준만 제시해놓고, 그 평가는 교사에게 떠맡겨두면서 평가 결과가 공정하지 않다는 의심이 들면 감사부터 벌이겠다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성취평가제 정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행 성적표로는 학생의 세부적인 역량을 점검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학기 동안 익힌 과목의 여러 성취수준을 하나로 묶어서 학기말에 한번 표기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학생 또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취 수준에 이르렀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의 경우 논술 능력은 뛰어나지만, 발표 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데도 국어 과목 전체에 대한 성취도만 제시되니, 역량별 차이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부산 ㅇ중학교 3학년 최민희(가명)양은 “국·영·수 주요과목 성적을 조금 더 올리고 싶어도 정확히 뭐가 부족한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과목별 전체 성취도와 함께 논술·발표·쓰기 등 역량별로 따로따로 매기면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목별·역량별로 세부적인 성취도가 제공되면, 국어·사회·도덕 등 다양한 과목에서 평가된 논술 능력 등의 성취도들을 하나로 합쳐 그 학생의 전반적인 논술 능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김진우 대표는 “여러 과목 교사들의 평가가 합쳐지기 때문에 평가 정확도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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