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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1년 대입스케줄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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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기석
작성일15-02-26 17:58 조회1,6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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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1년 대입스케줄 따라가보니

     "복잡한 전형 일자 따라잡기도 벅차… 공부할 시간 부족해요"

 

  논술 등 방대해진 수시모집에 학교·학과별 전형요강도 달라
  준비 과정 수험생 개개인의 몫
  사실상 고2때 고교 진도 마무리… 학교 수업도 EBS 문제집 풀이


올해 고교를 졸업한 A(19)양은 지난해 3월 신학기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쓰리다. 학교 진도에 맞춰 수험 전략을 짰다가 3월 모의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배우지도 않은 문제가 출제돼 당황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이 11월인 만큼 '수험생'으로 1년 동안 마무리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예상과 달랐다. 막상 고3이 되니 수시·정시 모집으로 9개 대학의 원서를 준비하면서 '적게 잡아도 수백 개'에 달한다는 전형 스케줄을 따라가는 데도 벅차 생각만큼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A양은 "안정감을 갖기 힘드니 고2 때 모든 진도를 끝내라던 선배들 조언이 옳았다"며 "고3은 공부하는 수험생이라기보다는 '매니저' 엄마의 도움 속에 1년 입시 스케줄을 따라가는 밀랍인형 같았다"고 푸념했다.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고3 수험생들을 가장 먼저 기다리는 것은 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다. 올해 3월11일 치르는 이 시험은 지난 2년간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것으로 수능 전체 범위가 대상이 아니고 재수생도 응시할 수 없다. 하지만 고3 수험생들에게는 출발 신호와 동시에 결승선을 맞는 역할도 한다. 논술·적성·학생부 전형 등 방대해진 수시모집에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학교와 학과별로 전형요강이 모두 다르다 보니 사실상 3월 성적으로 학교와 학생 모두 수시 지원 대학의 윤곽을 상당 부분 가리기 때문이다. 수시 지원 대학도 내신성적의 학교 편차 등을 고려해 모의고사 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도 교육청이 권고하는 진도와 달리 3학년 전체 수업을 EBS문제집 풀이에 할애한다. 교과서 진도도 EBS문제집으로 나간다. 게다가 사회탐구 영역과 일부 과학탐구 과목은 3월 모의 수능부터 전체 범위에서 출제돼 학교 진도에 맞춘다면 낭패를 보는 사례도 생긴다. 이런 여건으로 수험생들은 사실상 선행학습으로 2학년 때까지 고교 진도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월이면 중간고사가 찾아온다.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대입 내신성적에 포함되는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은 3학년 학생부 성적의 반영 비중이 크다. 하지만 이들 학교 시험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온 '무늬만 진도'가 살아나 되레 1년 수험 준비의 맥을 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수험생들은 말한다.

5월은 중간고사를 마치고 수능 준비에 전력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수시 전형에 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수시모집에서 논술·적성고사를 선택했다면 이들 시험에 대비해야 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을 택했다면 '3년 전체의 체계적이고 축적된 경험'을 요하는 자기소개서 마무리에도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대학별로 모두 다른 고사 준비에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어 이는 고스란히 수험생 개인의 몫이 된다. 한 일반고 졸업생은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이 적다 보니 논술 방과후수업이나 외주업체 공개강의 등을 나 홀로 준비해야 했다"며 "(고사 준비에 충실한) 특목고 등과 출발선부터 다른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6월11일은 수능 주관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행하는 수능 모의 평가(모평)가 실시된다. 졸업생들도 참여하는데다 사실상 수능 전초전에 해당해 수험생들의 긴장도가 크다. 지난해 사례처럼 6월과 9월 모평에서 나타난 난이도 파장은 실제 수능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수험생들은 올 입시의 방향성까지 모평을 통해 가늠해야 한다. 6월 모평 직후에는 수능 A·B형 선택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선택에 따라 정시 학교·학과별 가산점, 반영 비율 등이 모두 다르고 당락은 소수점 이하 단위에서 결정되는 만큼 각종 '경우의 수'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기말고사를 마무리하면 마지막 여름방학이 찾아온다. 8월이면 수능도 100일 앞으로 성큼 다가선다. 수시모집을 마무리하고 수능 등 정시모집에만 집중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이중 플레이'가 본격화하는 쪽에 가깝다. 정부의 입시 간소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능 전 9월과 수능 후 11월에 각각 나눠 실시했던 수시모집 시기가 9월 한 차례로 통합됐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로서는 여름방학 동안 수시 지원 대학 선정과 자기소개서 등 학교별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반면 논술·적성고사·면접 등 수시모집 일정은 여전히 수능 전과 수능 후로 나뉘어 복합적으로 진행돼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킨다.

2학기 개학과 동시에 9월2일 평가원 수능 모의고사가 닥쳐온다. 이 시험은 대학에 등록한 후 재수를 결심하는 반수생까지 포함해 수능을 치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시험을 치르고 약 일주일 후인 9일에는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시에서는 모의 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정시에서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의 범위를 정한 다음 비슷한 수준이나 상위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는 수능 원서접수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한숨을 돌리고 나는 10월이면 수능은 어느새 30일 앞으로 다가서 있다.

11월13일 수능이 끝난다고 입시가 끝나지는 않는다. 가채점 분석으로 자신의 최종 성적을 예상한 뒤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와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수능 다음 날부터 논술고사 등이 집중되는 만큼 수험생들은 여전히 입시 준비생에 해당한다. 시험 약 한 달 후 수능 성적표가 발표되는데 이 시기쯤 수시 합격자 발표도 마무리된다. 주어진 성적표를 바탕으로 12월 말 정시 대학에 응시하고 한 달 뒤인 1월 말까지 합격자가 발표돼야 길고 긴 입시 레이스는 비로소 끝이 난다.

한 고교 교사는 "다양한 적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수시전형이 방대해지면서 고3 수험생들이 안정감을 갖고 1년간 수험 준비에 임하기 어렵고 논술 등 공교육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을 평가하기도 한다"며 "수시모집과 수능의 시기 조정, 대학별 고사 축소 등 추가적인 대입 간소화 정책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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