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논술 문제 유형의 변화이다. 즉, 수시 도입
이전의 논술 시험에서는 하나의 논제를 서론-본론-결론이라는
논리적 형식에 맞추어 전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글자 수도 1000~2000자 내외의 장문 작성이 일반적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심층적으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수시 논술은 점차 문제를 분해하여 출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요약형과 서술형의 출제 빈도가 급증하였다.
2010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출제되었던 718개의 논술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요약형 166문제(23.1%), 서술형
421문제(58.7%) 등이었다. 이에 비해 사고력을 평가하는
진정한 의미의 논술 문제인 견해 제시형은 131문제(18.4%)였다.
요약형의 경우에는 제시된 글과 자료에 대한 독해 능력 평가에
해당한다. 글 전체를 핵심어 중심으로 압축하거나 필자의 논지
또는 주제를 파악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서술형은 다수의
제시 자료를 분류하고 대비할 수 있는 분석 능력 평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두 유형은 독해 능력 평가로 수능시험 언어 영역의
주관식 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논술 작성자의 사고가 배제된
설명문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따라서 요약형과 서술형은
수험생의 사고 능력을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요약형과 서술형 문제는 일정한 답을 포함하고 있다. 주제나 핵심어,
요지 등에서 정답과 유사 답안을 가지고 있다. 결국 다수의 수험생을
단기간에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정답이 없어야 한다. 정답은
획일적 평가 기준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술의 진정한
가치인 창의적 사고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논술문은 자신의 생각에 타당한 근거를 붙여 논증하는 글이다.
어떠한 주장도 보편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면 창의적인 글이라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남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지 못한
아이디어를 적절한 예시와 함께 제시한다면 창의성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영어 제시문과 수리형 문항도 등장하였다.
교과부는 2006학년도에 논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영어 제시문
출제 금지를 명시하였다. 논술이 영어 능력 평가로 왜곡되는 경향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기에 일부 대학은 영어 제시문 대신
수리 문제를 출제하였다. 가이드라인을 피해 평가의 수월성을
추구하려는 편법이었다.
평가의 신속성과 객관성을 추구하려는 대학의 현실적 요구를
외면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논술 시험을 안내할 때마다
창의적 사고력 평가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곤란하다.
실제 출제 방향에서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지성인을 양성하는 요람이다. 대학은 미래의 지성인을
선발하려 노력해야 한다. 즉, 교과 성적이나 수능 시험의 수량적
평가 기준보다 인성과 사고력, 그리고 비판 능력을 지닌 인재를
판별해내야 한다. 논술 시험은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검증되어 온
사고력 시험이다. 그러므로 창의적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
문제 유형으로 회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논술 출제와 평가를 위한 연구와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2013학년도에는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