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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과잉보호로 자라나는 ˝초식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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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03 00:00 조회1,8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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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음에는 뭐해요?” ‘초식’ 초등학생 급증



부모 과잉보호 받으며 자란 ‘초식학생’



지시 받아야 마음 편하고 창의성은 떨어져





 

 


  

"선생님 무슨 색으로 칠해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H 교사는 최근 수업 중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미술시간에 8절

도화지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더니 학생 몇 명이 그림을

어떤 색으로 칠할지를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H 교사가 “너희가 원하는 색으로 칠하면 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자신이 고른 색이 괜찮은지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했다.



최근에는 새학기를 맞아 사물함 정리를 시키자 한 남학생이 H 교사를 찾아왔다. 이 학생은 “선생님 국어책을 밑에 놓을까요?

수학책을 밑에 놓을까요?”라고 물었다. ‘리코더와 물휴지는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에 놓을지’ ‘책은 크기별로 정리해야 하는지’까지도

하나하나 정해달라고 했다.



H 교사는 “숙제를 모아서 교탁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면 굳이 어느

위치에 올려놓아야 하는지도 물어 본다”고 말했다.









○ 24시간 부모의 관리 받는 초등생… 수동적 ‘초식 학생’으로



최근 초등학교에서 다른 사람이 할 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학습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초식학생’이 늘었다. 초식학생은

지시를 받는 데 익숙해 누군가가 자신이 할 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학생을 뜻하는 신조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건의하는 일은 거의 없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일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초등생의 특성상 어느 정도 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최근엔 고학년에서도 정도가 지나친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안산지역의 초등학교 P 교사는 “고학년 학생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거나 학교수업을 마치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은 뭘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소 장난꾸러기인 학생도 수시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초식학생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산이 일반화되면서

대게 한 명밖에 없는 자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부으며 과잉보호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모들은 ‘다른 애들에게 뒤처지지는 않을까’ ‘칭찬받지 못하면 기가

죽지는 않을까’ 등의 걱정으로 공부부터 생활까지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기고 심지어 대신해주다 보니 아이는 점차 의존적으로

변해간다는 것.



휴대전화의 보급은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 반에 휴대전화를 가진 초등생이 3분의 1 정도

였지만 요즘은 거의 모두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이젠 전업주부가

아닌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도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자녀가

정해진 일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초등생들도 수시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할 일을 묻거나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실리콘밸리 학교엔 컴퓨터가 없다? “너무 어릴 때 접하면…”




○ 벌로 내준 숙제도 부모가 대신… 창의적 활동엔 땀 뻘뻘



초식학생들은 특히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은 P 교사. 그는 최근

미술시간에 직접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뒤 그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했지만 곧 어려움에 부닥쳤다.

많은 학생이 유명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처럼 기존 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P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어려워한다. 정해진 것을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학생들은 하루

일정이 이미 다 정해져 있고 엄마와 학원에 있는 매니저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체크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학습 외적인 영역까지 자녀의 일을 대신해주기까지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의 한 반에서는 한 학생이 욕을 해서

교사가 ‘벌 숙제’를 내줬다. 말의 소중함이란 의미를 담은 어린이용

명심보감 내용을 옮겨 적는 과제를 준 것.



하지만 교사가 숙제의 필체를 확인하니 아이가 아닌 어른이었다.

확인을 해보니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면서 대신 써준 것이었다.

또 다른 서울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하루 동안 감사한 일을

세 가지씩 적는 과제를 내주자 이 내용까지도 부모가 대신 써주기도

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초등학교 P 교사는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게

하면 수업시간 안에 스스로 완성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하니 숙제는 부모가 대신 해준다’고

생각하며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과잉보호 초식학생…“중학 고학년부터 성적 떨어질 가능성높다”



부모가 자신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초등생도

생겨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6학년

학생이 수업시간이 끝나고 어머니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더니

‘엄마가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아서 혼났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 학생을 지도한 P 교사는 “부모가 하나하나 챙겨주는 학생은 점차

당연히 자신이 할 일도 부모가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은 “부모가 모든 걸 해주는 학생은

사고력, 계획성, 문제해결 능력 등 인간의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초등학교 때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학습량이 늘어나고 더 높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중학교 고학년 이후에는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초식학생 ::



누군가가 자신이 할 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학생을

뜻하는 신조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며 온순한

초식동물처럼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로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학생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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