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학부모 동반 강연 급증...열기 가득한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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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진학 함께 고민… ´소통의 문´ 열리더라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6일 건국대 법학관 국제회의실(서울 광진구 능동로)과 한국잡월드(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초·중·고교생과
그 학부모 수십 쌍이 모였다. 각각 △건국대 입학사정관 전형 설명회(이하 ´건국대 설명회´) △아이스크림홈런 ´부모·자녀의 꿈 찾기 학습-
거꾸로 체험단´(이하 ´거꾸로 체험단´) 참가자들이었다.
사실 이제까지의 교육 강연은 그 대상이 학부모나 청소년 어느 한쪽에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청소년 자녀와 학부모´를 동시에 겨냥한 강좌가 급증하는 추세다. 주제도 인문학·공부법·입시전략·진로탐색 등 각양각색이다. 굳이 자녀(부모)와 함께 이런 강연을 찾아 들으려는
부모(자녀)의 심경은 무엇일까? 강연회장에서 만난 학부모와 학생
얘길 취합했다.
자녀│ "잔소리로 여겼던 엄마 말, 달리 느껴져"
- (왼쪽·오른쪽 위) 건국대 입학사정관 전형 설명회 현장.
(오른쪽 아래) 아이스크림홈런 주최 ´거꾸로 체험단´에서
진로교육 세미나를 받는 학부모들./한준호 기자
이날 고선예(45·경기 용인)씨는 딸 신민경(경기 용인 신갈고 2년)양과 건국대 설명회에 참석했다. 90분에 걸쳐 김경숙 건국대 입학사정관의 강연을 함께 들은 후 신양이 미리 준비해 간 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토대로 개별 상담도 받았다.
고씨는 “작년 초부터 대학 입학설명회를 찾아다녔다”며 “한두 번
가보니 ‘입시 정보는 엄마 혼자 알아봐야 무용지물’이란 생각이 들어 이후 줄곧 아이와 동반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아이는
공부하느라 바쁘니 입시 준비는 엄마 몫’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설명회장에 가보니 입시 준비의 뼈대를 잡는건 전적으로 아이 몫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 역할은 아이 스스로 입시를 준비하도록 하는 조력자에 불과하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신양도 엄마와 함께 설명회장을 오가며 부쩍 성장했다. 무엇보다 학업 의지와 목표(의상디자인 관련 학과 진학)가 뚜렷해졌다. “엄마가 혼자 강연을 듣고 와 얘기하실 땐 모든 말이 잔소리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강연을 듣다 보니 절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은 날, 백연경(48·광주 남구)씨도 딸 노시원(광주 상일여고 2년)양과 함께 건국대 설명회장을 찾았다. “시원이는 중학생 때부터 언니·친구와 함께 각종 설명회나 강연을 찾아 들으며 입시를 준비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아이예요. 올해 고 3이 되는 만큼 아이와 ‘공동 노선’을 펴려면 엄마인 저도 사전 지식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 함께 참석했습니다.” 노양의 목표는 해양·지구환경과학 관련 학과 진학. 그는 “요즘은 설명회장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고 1·2 때 비교과 활동을 정리하며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용 ‘나만의 스토리’를 구상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학부모│ "전문가 발언 덕에 내 말에 권위 생겨"
박기태(43·경기 용인)씨는 딸 정민(경기 용인 나곡중 3년)양과 함께 휴넷 주최 명사 강연회 행사에 참석했다. 명사의 메시지를 통해 딸에게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켜주고 싶었기 때문. 박씨는 특성화고인 농생명과학고등학교(경기 수원)에 진학하겠다는 정민양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명사 강연을 들으며 ‘재능은 저마다 달리 타고나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내 아이가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민양 역시 난생처음 아빠와 강연회장을 찾은 후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박씨는 “예전엔 무슨 얘길 해도 꿈쩍 않던 아이가 강연 참석 이후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에게서 제가 했던 얘길 똑같이 듣더니 ‘부모 말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진실이구나!’ 깨달은 모양이에요.
부모 얘기가 전문가의 입을 통해 ‘객관화’된 셈이죠.”
초등 1·3년생 자녀를 둔 최미라(39·서울 강북구)씨는 ‘부모·자녀의 꿈 찾기 학습’을 주제로 진행된 거꾸로 체험단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아이는 직업 가상 체험에, 부모는 진로·학습 지도법 교육에 각각 참여하는 일정이었다. 최씨는 “유사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들만 참가시킨 적도 있다”며 “이번엔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부모인 내가 동참하며 아이의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선 자녀를 가르칠 때 ‘진학’보다 ‘진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명문대 진학을 종용하기 이전 아이의 꿈에
맞춰 마이스터고나 예술고 등 다양한 고교 진학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죠.”
효과│ 도무지 불통이던 ´부모·자녀 간 공감´ 획득
김지애(42·부산 해운대구)씨는 딸 왕수련(부산 신도중 2년)양이 어릴 때부터 함께 강연(공연)장을 찾곤 했다. 오는 23일(토)에도 부산 MBC 롯데아트홀에서 열리는 ‘가족 공감 브런치콘서트’(조선에듀케이션 주최)에 모녀가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김씨는 “자녀 교육에서 칭찬보다 중요한 건 공감”이라며 “아이와 같은 강연을 들으니 동일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어 좋더라”고 말했다. “같은 강연에 참석해도 제가 느끼는 것과 수련이가 느끼는 게 전혀 달라요. 그런 부분을 주제로 대화 나누다 보면 딸과의 관계가 한층 돈독해지죠. 아이 사고력 신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요. 아이의 성향과 눈높이에 맞는 강연을 잘 고르면 생각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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